길었던 밤이 지나고.

손가락을 놀리고 아가리를 벌려 말하는 바를 당당하게 말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상황이 그저 슬플 뿐이다. 이 미친 위정자들과 미친 시국에서 나는 그저 침묵한다는 표시 하나로 항변한다. 실제로 누군가 어제 나갈 거냐고 묻길래 짜증이 치밀어서 "관심없어요" 라고 말해버렸다. 사실은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짐승을 죽이기 위해 내가 짐승의 탈을 뒤집어쓰는 기분이다.

적의 적은 동지가 되는 상황에서 무슨 얘기를 해야할지 모르겠다. 나는 그저 칭송만 하며 위선떨고 싶지는 않은데 그 이면의 것을 지적했다가 "알바비 얼마 받아요" 란 소리도 정말로 듣기 싫다. 내가 MB를 옹호한 적 있는가? 이 블로그를 드나들며 지난 몇 년간 내 글을 보아 온 자들에게 묻고 싶다. 차라리 나한테 용기없는 놈이라고 윽박지르면 이해라도 가지만.

문득 어제 만난 분이 내게 선물했던, 보리스 싸빈꼬프의 '창백한 말'이란 소설의 장면들이 눈앞에 휙휙 지나간다. 속이 탄다. 이래서는 오늘 하남은 못 가겠다. 선사님도 웃는 낯으로 뵈어야지.... 사람이 일정 수위 이상 속에 분이 쌓이면 정말 나른하고 졸린데도 잠이 안 오는 그런 엿같은 상황이 되는데 내가 지금 딱 그렇다.


"지금이 어느 땐데" 라는 말처럼 무력한 것도 없다. 세월이 흘러도 비슷한 상황에서는 똑같은 프로세스가 반복되거나, 혹은 변주되거나 할 뿐이다. 그러므로 역사를 공부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by 홍월영 | 2008/05/25 07:50 | 단상 | 트랙백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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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oldman at 2008/05/25 08:09
그렇죠. 인간의 본성은 변하지 않기에 더더욱 역사를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Commented by 홍월영 at 2008/05/25 13:57
만약 MB가 훨씬 단순무식에 배짱만 있는 (흡사 전두환같은) 인간형이었다면, 새벽에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모릅니다..... 그 생각만 하면 모골이 송연하군요.
Commented by 마나™ at 2008/05/25 11:47
....뭐 작년 재작년에도 같은 일은 반복되었는데 굳이 이 시기에 관심이 넘치는건... 2002년 당시도 그렇고 무언가 거대한 악의라는 것이 촉발점이 되는 것 같아보임.
Commented by 홍월영 at 2008/05/25 13:58
위험한 장난을 치는 노회한 능구렁이들은 나중에 그 댓가를 치르겠지... 난 내 아는 사람들이 다칠까봐 그게 기분 더러울 뿐이다.
Commented by Earthy at 2008/05/25 12:52
나갈 용기가 없는 사람은 어떤 말도 해서는 안 되는 거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저도 일정 이상의 언사는 자제 중.
적어도 나간 다음에 무슨 말이라도 해야할 것 같습니다.

하시려는 말씀은 역시 선동에 관한 말씀이라는 건 잘 알 것 같습니다.
레디오스 님의 글에 적극적인 찬성을 보내셨으니까요.

그런데, 그 선동이 아니었다면 이런 일이 절대 없었으리라 생각하시는지 그건 좀 알고 싶습니다.
저는 인간이란 억누르면 언젠가는 터져나오는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선동이 100% 없다고 해도 언젠가는 이렇게 되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아울러 그런만큼 저기에 서서 한마디라도 하나의 행동이라도 하고 싶고요.


그건 그렇고, 이제야 발견했군요.
저는 다음부터는 안 들어와야겠습니다.
노무현 추종자거든요.
Commented by 홍월영 at 2008/05/25 13:59
안 들어오신다니 읽으실지는 모르겠지만, 글을 제대로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일단 요약이 잘못되셨고 그에 기반한 논리전개가 되니까 글이 개그가 되는거죠.
Commented by Earthy at 2008/05/25 14:11
글이 개그가 되어 죄송합니다. 제가 글문이 많이 짧네요.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꽤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던 분께...
이런 식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는 게 슬프네요.
글 올리고 나서, 조금 더 유머러스하고 여유있는 답변을 바랬는데...(쩝.)

제일 마지막 문단에 대해서는, 유머로 받아주시길 바랬는데...
(솔직히 제가 주인분 입장 모르는 것도 아니고, 이해하는 부분도 많았고요.)

요즘 조금 여유가 없으신 것 같습니다.
제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제 글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중 가장 까칠하신 반응이시네요.
Commented by 제희 at 2008/05/25 13:23
신문을 보면서, 기사를 읽으면서, 뉴스를 보면서. 내내 가슴을 저미는 것처럼 아프더군요.
Commented by 홍월영 at 2008/05/25 14:05
찝찝하죠...
Commented by 死海文書 at 2008/05/25 14:12
기본적으로 정치까지 생각하기엔 용량이 작아서 슬픈 사람입니다만. 어제 시위는 정말 조마조마 했습니다. 저러다 피 한번 잘못 보면 적어도 인터넷 만지는 사람들은 뒤집어질 게 뻔하니까요.

아무츤 이번에도 무사히 넘어가고 대통령은 좀 보고 느끼는 거라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Commented by 로무 at 2008/05/25 14:45
나도 노무현 추종자라능...그렇다능... 오늘 다시 나가긴 할텐데, 화염병 들고오는 꼴통은 없기를 정말 간절히 기도중입니다. 화염병이 등장하면 최루탄이 발사될 수 밖에 없으니까요...
Commented at 2008/05/25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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