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 Five -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 진흙 속의 보석, 혹은 돼지 목에 진주.


(C) Warner Music Korea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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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도쯤에 N FIVE라는 보이밴드(남자 아이돌 댄스그룹)가 있었던 "것 같다." 끝부분을 추측형으로 처리한 이유는, 아마도 당연하겠지만 애초에 보이밴드 자체에 별로 관심이 없었기에 확신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나 이 N FIVE라는 그룹은 대체 이런 사람들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별로 뜨지 못하고 사라져 간 수많은 예비스타들 중에 하나다.

그런데 희한하게 그들의 첫 타이틀곡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는 라디오에서 딱 한 번 들었을 뿐이지만 기억하고 있다. 아마도 제목이 유명한 소설과 같아서 그랬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내 기억에 선명히 남은 이유로 충분치 않다. 먼저 노래가 귀에 들어왔고, 그래서 제목을 주의 깊게 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로 라디오에서 이 노래를 들어본 기억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곡은 희한하게도 10여 년이 지나도록 아직도 생생하게 머리속에 박혀 있다.

아마도 라디오 방송(아마도 이소라의 음악도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의 어느 날 오프닝이었을텐데, 처음에는 솔직히 들으면서 "이건 웬 HOT 아류작이냐?" 라며 좀 (과격한 표현이라 미안하지만) 속칭 '병맛 쩌는' 그저 그런 크로스오버 중 하나라고 치부하고 있었다. 젝스키스까지야 경쟁소속사에서 런칭한거니 그렇다치는데 태사자를 지나 OPPA쯤 되니 비슷한 그룹들이 너무 많아서 구분하기 힘들 지경이었다. (걸밴드가 SES-핑클 양대산맥으로 나눠져 있던 시절이었고 바다와 옥주현을 좋아하는 놈이 한 반에 두어 명씩 꼭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렇고 그런 보이밴드들이 내지르는, 별로 특색있을 것도 없는 랩 뒤로, 주제가 너무 귀에 확 들어오는 것이다. 어, 어라? 아주 간단하게 한 음씩 떨어지는 신서사이저일 뿐인데 왜 이리 귀에 확 들어오지? 솔직히 깜짝 놀랐다. 순간 이 곡은 내 안에서 '보이밴드 상품'에서 '유로 일렉트로니카'로 갑자기 그 지위가 바뀌어버렸다. 이야, 곡 주제 하나 잘 쓰는 것만으로 노래가 이렇게 힘이 사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물론 그 이후, 이내 뜬금없이 찾아온 조바꿈 후의 후렴구는 긴박감을 단숨에 확 떨어뜨리며 다시 이 곡을 그저 그런 크로스오버로 만들어버렸다. (그래서 필요없는 부분이니 트리밍했다. 쿨럭. 저작권법 때문에라도 필요한 부분만 '인용'해주는 센스.) - 한편으로는 슈주덕(...) 벨양한테 이 노래를 보내줬더니, "'사각의 늪...' 부분에서 노래가 그냥 늪에 빠진다"는 촌철살인스러운 지적을 하는 걸 보니, 비단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닌 모양이다. (사실 냉정하게 말해 이 노래에서 저 후렴구가 굳이 필요한지 의문이다.)

게다가 노래를 계속 듣고 있자니, 가사 때문에라도 이게 뜰 수가 없었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상품'의 주요 타겟이 10대인데 거기다 대놓고 '깨어나 현실을 바라봐' 하는 훈계조의 노래를 누가 듣고 있겠는가(......) 게다가 가사 자체도 별로 세련된 감은 없다. 듣고 있자면 고만고만한 초딩들이 대충 네이버 뉴스 보고 뭣도 모르면서 지껄이는 느낌 - 이것이 내 솔직한 감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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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것은 굳이 이 그룹뿐만 아니라 당시의 보이밴드들은 거의 다 이런 식이었다는 사실이다. 1996년 이수만이 HOT를 런칭시키며 확립해놓은 흥행공식을 다른 보이밴드나 기획사들이 그대로 따라갔다. '전사의 후예'는 사회비판적인 가사에 강한 사운드를 지녔고, 후속곡인 '캔디'는 말랑말랑한 팝으로 대중에게 어필했다. 이를테면 '우리도 알고보면 부드러운 남자에요' 전략인 셈이다. 적어도 HOT의 경우 '늑대와 양', '열맞춰' 등 이후에 계속 그랬다. (예외가 하나 있다면 아마 "We are the future"일 것이다. 이건 후속곡임에도 불구하고 꽤 텐션이 높은 댄스였다.)

마찬가지 맥락으로, OPPA의 타이틀곡 "애국심"이나 문차일드의 데뷔곡 "Delete" 등은 완성도가 높은 편이다. 전자는 김세황, 이수용(당시 novasonic)이 세션을 쳤고, 후자는 신해철의 곡이다. 특히 delete는 당시 신해철의 스타일이 확 드러나는 곡이라 할 수 있는데 - 당시 신해철은 일렉트로니카적 관점에서 주파수를 만지는 것만으로 사운드를 어디까지 표현해내느냐에 관심이 있었다. 그런 맥락에서 크리스 상그리디와 손잡고 나온 음반이 바로 monocrom이다. - 이후 문차일드의 밴드 스타일은 전혀 주파수나 사운드에 대한 고찰과는 관련없이 전형적인 '연주하는 보이밴드'로 컨셉을 잡았다. 요즘에야 다들 Buzz나 다른 보이밴드들 보면 그냥 자유롭게 자기 하고 싶은 것 하는 모양이지만, 그 당시에는 왜 그렇게 다들 후까시를 잡으려고 들었는지, 생각해보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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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그리하여 저 무명 그룹의 후까시 잔뜩 잡은 타이틀곡은 진흙 속의 보석으로 나한테 남아 있다. 이젠 네이버에서 쳐 봐도 딱 한 건밖에 안 나오는 비운의 보이밴드지만...

N_Five_1.mp3

by 홍월영 | 2008/05/11 04:39 | 뇌내세척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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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슈지 at 2008/05/12 01:33
이런 곡도 있었군요. A4부터 U-BIS까지 대충 머리 속에 남아있는 '못 나간' 보이밴드 및 틴에이저 그룹들(아, GOD의 전신인 GOD SIX라던지 To-ya 등도 포함)은 꽤 있습니다만 이렇게나 당시 컴퓨터 체제에 직격을 날리는 보이밴드는 참 오랜만이네요.(...최초는 터보의 Cyber Lover? -_-)확실히 너무 직구 스트레이트의 경우엔 홈런 아니면 헛스윙 삼진인 경우가 많죠. 그래도 당시 보이밴드의 기획자들이 잘나가던 연주자들 및 프로듀서들이었다는 사실(이근형,마경식, 장대성,이윤상,유영진,Andy Lee-이창현,황성제,전준규,이현정,심상원 등)이었다는 건 어느 방향이건 간에 나름 발전이라고는 생각합니다. 비록 결과는 지금처럼 암울의 극이었지만 -_-

덧. 2001년에 신해철이 프로듀서를 맡은 틴에이저 밴드 중 버튼이라는 밴드도 있었답니다. 나름 오쿠다 타미오의 PUFFY를 따라간 노선에 참여인원만 김세황, 고성진, 김광진, 김영석이라는 지금 봐도 초호화 세션이지만 처참하게 망한..;;; 그나마 문차일드 같은 경우엔 Delete로 데뷔해서 태양을 가득히로 져버렸지만 나름 수작이긴 했고, 동물을 키우는 행각-_-을 보여줬지만 모노 드라마 같은 곡은 꽤 좋은 곡이라고 봐도 괜찮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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