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야 할 것은 방패로서의 가식이다.

"아니 내가 ###해서 그러는 건 아니고, $%^&한데...." 라고 하는 말의 98%는 실은 ###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되는 것 같다.

나는 내 친구의 포스팅을 이오공감에 올리지 말았어야 했다. 덧글과 트랙백들을 보다 보니 정말로 쓸데없는 짓이었다는 생각을 했다. 글쓴 친구에게는 참으로 유감스럽고 미안하다. 그리고 '생각이 다른' 차원을 넘어서서 도무지 이해불가해의 영역에 있는 다른 존재들이 다수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약간은 공포심을 느꼈다. 신기함이 아닌 공포를 느끼는 것은 그러한 성향들 중 거의 대부분은 이질적인 나를 공격하고 멸절하려 한다. 서울대 입시문제에도 나온 적 있는 그 유명한 집단구획의식.

이해불가해의 영역이란 '그런 매커니즘을 거친다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의 영역을 넘어선 사고를 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이쯤에서, 해묵은 내 블로그의 명제 - 하버마스와 루만 중 누가 맞느냐? 이제는 루만이 맞는 것 같다.

요는 가식을 버리지 못함이다. 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두려운 방패막 그 자체가 가식이다. 나도 겁쟁이여서 그간 숱한 과오가 많이 있었다. 수많은 고비와 그 때마다 차라리 생을 놓고 싶었던 고통의 순간들을 맛보고 이제 버리려고 하는 생각이 어느 정도 익었다. 그것은 언제나 용기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쥐어짜낸 용기에도 불구하고 이 버려야 할 것들이, 이게 해묵은 숙변처럼 도무지 창자 구석구석에 덕지덕지 끼여 하출을 하여도 나갈 생각을 안 한다.

성철스님이 죽어서도 제자 꿈에 나타나서 "나를 더 철저히 죽여라" 라고 주문했다는데.... 오늘은 혹여 내 꿈에 현몽하실까 두렵다.

by 홍월영 | 2008/05/04 01:30 | 단상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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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긁적 at 2008/05/04 01:41
어떤 친구가 그런 말을 하더군요.
모피어스가 할 수 있는 것은 메트릭스에서 사람을 꺼내오는 일 뿐이라고.
Commented by 택씨 at 2008/05/04 08:25
진실을 본다는 것은 참으로 두려워요.
Commented by Frey at 2008/05/04 09:41
그런게 재미있더라고요. 세상에 얼마나 다른 인간이 있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가장 잘 알 수 있는 곳이 인터넷이 아닌가 싶습니다.
Commented by 칼리냥 at 2008/05/04 12:29
나 근데 왜 자꾸 오빠 닉네임 보면 홍위병이 생각나지-_-
이 죽일 놈의 개눈깔...
Commented by 홍월영 at 2008/05/04 13:34
박여사 너 나랑 싸우자. (하필이면 제일 경멸하는 놈들을 ㄱ-)
Commented by 성큼이 at 2008/05/04 14:25
정직은 진실로 용기의 문제.
두려움은 그 상황을 견딜 수 없을 것이라는 근거없는 믿음.
Commented by Mizar at 2008/05/04 15:48
저도 그 글을 추천했었습니다만...
덧글들을 보고 경악을 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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