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5월 03일
논어 위령공편 15-7, 시간(屍諫)과 군자(君子)
논어 위령공편에 보면 이런 얘기가 있다.
子曰
“直哉史魚! 邦有道, 如矢; 邦無道, 如矢。
君子哉蘧伯玉! 邦有道, 則仕; 邦無道,則可卷而懷之。”
해석하면 이러하다 :
공자가 말하기를
"사어는 참 정직한 재목이로다!
나라에 정도가 밝을 때에는 마치 화살과도 같이 충정으로 직위를 받들어 곧게 직무에 임하고,
나라에 정도가 없어 혼란하면 마치 화살과도 같아서 바른 말로서 간(諫)하는구나! (*주1)
거백옥은 실로 군자로다!(*주2)
나라에 정도가 밝으면 관직에 임하여 백성을 편안케 하고,
나라에 정도가 없어 혼란하면 스스로 물러나 재능을 감추는구나!"
____________________
사어(史魚)는 위나라의 대부로서 현명하고 강직한 사람으로 이름높았다. 그의 강직함은 '시간(屍諫)'이라는 고사가 있을 정도로 이름났는데, 내 짧디짧은 한학 식견에도 불구하고 굳이 논어 주석을 해석하며 (*주1) '간(諫)'이라는 글자를 쓴 것이 그 때문이다. 원문에서 보듯, 원래는 저 글자가 없다. (중국어로 된 주해에는 글자가 있지만... 이로 미루어 보아 해석이 크게 틀리지는 않으리라 짐작된다.)
이 고사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위나라의 임금 영공(靈公)이 재상이 될 재목을 대부들에게 구하였다. 이에 사어가 영공에게 군자로 이름난 거백옥(蘧伯玉)을 천거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대신 영공은 미자하(彌子瑕)라는 인물을 등용하였는데 이 인물은 능력이나 됨됨이가 거백옥보다는 확연히 못한 인물이라 전한다. (*주2: 논어 중 헌문(憲問)편에 보면, 거백옥은 심지어 그의 집 몸종까지도 됨됨이가 바르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이다. 생전의 공자가 당대의 살아 있는 인물에게 군자라고 칭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음을 감안해볼 때 거백옥의 능력과 됨됨이가 어느 정도였는지 능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사어는 명백히 더 뛰어난 재목인 거백옥을 수차례 천거하였으나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영공은 계속 미자하를 중용하였다. 이윽고 세월이 흘러 그가 병이 들어 임종을 맞게 되었을 때 사어는 아들에게 유언을 남겼다. "내가 임금의 옳지 못한 처사를 보고도 바로잡지 못한 채 죽게 되었으니, 이는 신하된 도리를 다하지 못하였음에 나에게 예를 차릴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니 내가 죽은 뒤에 내 시체를 창문 밑에 버려두어라."
이에 사어의 아들은 유언을 받들어 그의 빈소를 창문 밑에 차렸다. 나라의 대부가 죽어 임금인 영공이 친히 문상을 왔다가 이 기이한 행색에 자초지종을 묻자, 상주인 아들이 사어의 유언을 그대로 전하였고 이에 영공이 깨달은 바가 커서 뒤늦게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고 거백옥을 중용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를 두고 후세 사람들이 "사어는 죽어서까지 올곧게 간(諫)한다" 라고 일컬은 것이 이 고사의 전하는 내용이다.
_____________________
나는 이 고사를 되새길 때마다 지금 돌아가는 세태에 비하며 우리 나라에는 어떠한 인물이 필요한가를 생각해 본다.
생각건대 대한민국에는 능히 1만 명의 사어 같은 강직한 인물이 있음은 매우 분명해 보인다. 이들은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구국의 횃불이라는 표현이 무색하리만치 들고일어나 올곧음을 보였다. 그러나 한편으로 지금 그에 견줄 만한 1만 명의 거백옥들은 난세를 피해 스스로의 재주와 덕을 감춘 채 살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게다가 모든 강직한 인물들이 사어와 같이 대부의 집안에서 태어나 자기 뜻을 펼칠 깜냥과 함께 세상을 바로 보는 식견을 기를 기회를 부여받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인물들에게 올바른 영향을 주는 것이 바로 군자인 것일 텐데, 그러나 군자는 난세가 되면 종적을 감춘다. 지금 이 나라에는 군자가 모두 숨어버린 듯싶다. 확실히 난세는 난세다.
_____________________
내일 한국을 떠나 다시 학문의 길에 오르는 어느 꼬맹이의 분노에 찬 얘기를 듣다가 이 생각이 떠올랐다. 지금 그 친구의 가슴 속에 치미는 분노는 청년의 특권과도 같은 올곧음일 것이다. 나는 잘못된 곧음 때문에 여러 사람들에게 폐를 끼쳤던 기억이 있기에, 지금 그들의 모습을 보며 무엇보다도 단지 공부를 열심히 하기를 주문한다. 그러면 그 올곧음에 걸맞는 탁월한 혜안이 그들에게 열리리라 믿는다.
子曰
“直哉史魚! 邦有道, 如矢; 邦無道, 如矢。
君子哉蘧伯玉! 邦有道, 則仕; 邦無道,則可卷而懷之。”
해석하면 이러하다 :
공자가 말하기를
"사어는 참 정직한 재목이로다!
나라에 정도가 밝을 때에는 마치 화살과도 같이 충정으로 직위를 받들어 곧게 직무에 임하고,
나라에 정도가 없어 혼란하면 마치 화살과도 같아서 바른 말로서 간(諫)하는구나! (*주1)
거백옥은 실로 군자로다!(*주2)
나라에 정도가 밝으면 관직에 임하여 백성을 편안케 하고,
나라에 정도가 없어 혼란하면 스스로 물러나 재능을 감추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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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어(史魚)는 위나라의 대부로서 현명하고 강직한 사람으로 이름높았다. 그의 강직함은 '시간(屍諫)'이라는 고사가 있을 정도로 이름났는데, 내 짧디짧은 한학 식견에도 불구하고 굳이 논어 주석을 해석하며 (*주1) '간(諫)'이라는 글자를 쓴 것이 그 때문이다. 원문에서 보듯, 원래는 저 글자가 없다. (중국어로 된 주해에는 글자가 있지만... 이로 미루어 보아 해석이 크게 틀리지는 않으리라 짐작된다.)
이 고사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위나라의 임금 영공(靈公)이 재상이 될 재목을 대부들에게 구하였다. 이에 사어가 영공에게 군자로 이름난 거백옥(蘧伯玉)을 천거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대신 영공은 미자하(彌子瑕)라는 인물을 등용하였는데 이 인물은 능력이나 됨됨이가 거백옥보다는 확연히 못한 인물이라 전한다. (*주2: 논어 중 헌문(憲問)편에 보면, 거백옥은 심지어 그의 집 몸종까지도 됨됨이가 바르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이다. 생전의 공자가 당대의 살아 있는 인물에게 군자라고 칭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음을 감안해볼 때 거백옥의 능력과 됨됨이가 어느 정도였는지 능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사어는 명백히 더 뛰어난 재목인 거백옥을 수차례 천거하였으나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영공은 계속 미자하를 중용하였다. 이윽고 세월이 흘러 그가 병이 들어 임종을 맞게 되었을 때 사어는 아들에게 유언을 남겼다. "내가 임금의 옳지 못한 처사를 보고도 바로잡지 못한 채 죽게 되었으니, 이는 신하된 도리를 다하지 못하였음에 나에게 예를 차릴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니 내가 죽은 뒤에 내 시체를 창문 밑에 버려두어라."
이에 사어의 아들은 유언을 받들어 그의 빈소를 창문 밑에 차렸다. 나라의 대부가 죽어 임금인 영공이 친히 문상을 왔다가 이 기이한 행색에 자초지종을 묻자, 상주인 아들이 사어의 유언을 그대로 전하였고 이에 영공이 깨달은 바가 커서 뒤늦게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고 거백옥을 중용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를 두고 후세 사람들이 "사어는 죽어서까지 올곧게 간(諫)한다" 라고 일컬은 것이 이 고사의 전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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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고사를 되새길 때마다 지금 돌아가는 세태에 비하며 우리 나라에는 어떠한 인물이 필요한가를 생각해 본다.
생각건대 대한민국에는 능히 1만 명의 사어 같은 강직한 인물이 있음은 매우 분명해 보인다. 이들은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구국의 횃불이라는 표현이 무색하리만치 들고일어나 올곧음을 보였다. 그러나 한편으로 지금 그에 견줄 만한 1만 명의 거백옥들은 난세를 피해 스스로의 재주와 덕을 감춘 채 살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게다가 모든 강직한 인물들이 사어와 같이 대부의 집안에서 태어나 자기 뜻을 펼칠 깜냥과 함께 세상을 바로 보는 식견을 기를 기회를 부여받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인물들에게 올바른 영향을 주는 것이 바로 군자인 것일 텐데, 그러나 군자는 난세가 되면 종적을 감춘다. 지금 이 나라에는 군자가 모두 숨어버린 듯싶다. 확실히 난세는 난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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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한국을 떠나 다시 학문의 길에 오르는 어느 꼬맹이의 분노에 찬 얘기를 듣다가 이 생각이 떠올랐다. 지금 그 친구의 가슴 속에 치미는 분노는 청년의 특권과도 같은 올곧음일 것이다. 나는 잘못된 곧음 때문에 여러 사람들에게 폐를 끼쳤던 기억이 있기에, 지금 그들의 모습을 보며 무엇보다도 단지 공부를 열심히 하기를 주문한다. 그러면 그 올곧음에 걸맞는 탁월한 혜안이 그들에게 열리리라 믿는다.
# by | 2008/05/03 03:02 | 단상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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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감사히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