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이 생기다.

봄, 가을 대응 얇은 소재의 검은색 하프바바리(?)가 하나 생겼다. 걍 코트인지 아니면 하프코트인지 모르겠는 건 기럭지 때문에 아래 끝단이 허벅다리 위쪽으로 올라온다-_-; 하긴 예전에 MT가서 후배 여자애한테 내 잠바를 입혀놓으니 A라인 코트가 되어버리더라마는[...] 입어보니 라인이 착 달라붙는 게 맘에 든다. 이를테면 레인코트다.

생겼다 - 라고 표현하는 것은 나의 재화가 아닌 다른 사람의 재화가 호의에 의해 소비되어 내게 왔음을 의미한다. 즉 공짜고, 선물이다. 내가 맨날 공사판 노가다 현장소장 입고 다니는 곤색 잠바 하나 걸치고 다니는 게 당신의 눈에 평소에 안 되어 보였나 보다. (고시생 패션이야 뻔하지... 랄까 요즘은 나처럼 전통적? 복장을 하고 다니는 수험생도 거의 없더만) 참 기쁘고 고맙지만 대체 이런 놈이 뭐 잘난 게 있다고 투자(?)를 하는 것인지.... 이럴 때면 얼른 사회로 나가 자립함을 꿈꾼다.

사람들은 왜 결혼을 하고 배아파 낳아서 애물단지를 애지중지 키우는 걸까. 부산의 외삼촌께서는 남천동에서 동대신동까지 결코 가깝지 않은 거리를 하루도 빠지지 않고 병문안을 오셨었다. 나는 항상 고맙다고 말씀드렸다. 그는 내게 이야기했다. "그건 당연히 해야 하는 기다, 고맙다 하는 기 아이라." 외숙모께서도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똑같은 얘기를 해 주시고 외갓댁으로 귀가하셨다.

피붙이란 얼마나 무거운 책임을 수반하는 구속인가. 한때 고학을 하며 외교관을 꿈꿨던 농군의 첫째딸은 이제 세월에 찌들어 몹쓸 돌덩이와 물주머니가 몸 속에 굴러다닌다. 당신께서는 전통적 유교 가치에서 지니는 책임감에 충실한 삶을 살았다. 헌신은 희생과 동의어였고, 그로 인하여 잃어버린 당신의 30년은 어디 가서 찾을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by 스칼렛 | 2008/03/22 08:40 | 단상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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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8/03/22 09:4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8/03/22 12:4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흑염패아르 at 2008/03/22 21:06
쓰읍. -ㅅ -... 피가 괜히 물보다 진할까. 무겁고 저들끼리 똘똘 뭉치니 진한거 아니겠너.
선물받았으면 받은 기분 그대로 나중에 베풀면 되. [ㅋㅋ 하긴 말은 쉽지 에휴 -0-]
Commented by 슈지 at 2008/03/23 01:20
고생 많으십니다.쾌유를 빕니다.
Commented at 2008/03/23 07:4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스칼렛 at 2008/03/24 05:19
비공개1//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비공개2// 기회 봐서. 근데 당분간 힘들듯;
아르// 말은 쉽지... 쩝
슈지// ㅇㅇ
비공개3// 그렇게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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