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2월 28일
1차 시험 후기
일단 시험은 쳤다. 비록 큰 기대는 하고 있지 않지만 일단 실전을 쳐 보니 내가 어느 부분을 보충해야 하는지, 실전은 어떤 식으로 되는지 감이 왔다. 이를테면 모의고사 문제나 문제집과 실전은 문제 경향이나 맥락이 달랐단 얘기다. 딱 수능칠 때 당시에 "고급 문제를 받으면 - 풀든 못 풀든 - 일단 명품에서 느끼는 럭셔리함(....)" 그런 것이 딱 느껴졌다. 수험생활도 길어지다 보니 이제 잘 짜여진 좋은 문제를 받으면 기분이 좋고 조악한 문제를 받으면 기분이 좀 파이다.(.....)
- 헌법에서는 시의적절하게도 통치구조론의 대통령 관련, 심지어 당선인 문제도 나왔다. 요즘 시국으로 봐서 분명 출제되리라 생각했는데 아니나다를까. 반면에 민법에서는 생각보다 상속법이 많이 출제되어 솔직히 당황한 감이 없잖았고... (난 산수계산 못한다고! 버럭) 왜 인간들이 '민법은 과락이나 면하자' 작전으로 가는지 알 것 같았다.
- 형법은 시간이 꽤 빠듯하다고 느꼈는데 내가 어려우면 남들도 어려운 모양이다. 서울고 시험장에서 몇 명인가가 마치는 종소리 울린 후에도 마킹 계속하다 부정행위 간주로 0점처리되어버렸다는 얘기를 그 고사실에 있던 친구로부터 들었다. 살벌하구만-_-; (솔직히 나도 아슬아슬했다. 37, 40 두 문제 마킹하는 순간 종이 울렸다.)
- 선택과목은 노동법. 잔뜩 긴장하고 갔는데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쉽게 술술 풀려서 스스로도 놀랐다. 모의고사에선 꽤 고전했고 공부량도 많지 않았는데... 학과수업 열심히 들은 펀더멘털이 빛을 발한 듯싶다.
어쨌든 결과는 묻지마세요 어차피 올해는 안돼요- 랄까(......) 하지만 모든 것이 적어도 내 영역에선 생각대로 굴러가고 있다. 내년에는 계획대로만 된다면 1차는 붙을 것 같은 예감.
하지만 돌발변수는 오히려 공부 외적인 것에서 튀어나온다... 랄까, 어젯밤에 수험을 그만두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을 하게 되었다.
실은 며칠 전 어머니께서 23일에 절에 기도하러 들어간다고 집으로 안부전화 하지 말고 폰으로 해라, 라고 하시길래 난 또 진짜 그런갑다 싶었다. 듣고보면 그럴듯하니까.... 그러나 어제 시험장을 나오면서 1번 단축 다이얼을 눌렀을 때 나는 얼척없는 소리를 들었다. 어머니께서 그 날부터 집을 떠나 어디를 가기는 가셨는데, 절이나 기도원이 아니라 부산 모 대학병원이었던 것이다. 즉 입원하시면서 수험생인 내가 신경쓸까봐 외가 식구들이 전부 입을 맞춘 거였다. 입원의 원인은, 급성 췌장염에 담석이었다.
예전부터 계속 속이 아프다고 하신데다가, 가까이 사는 이모님이 냉면집 문 닫고 응급실도 몇 번 모시고 가셨다는데, 마산 무학병원 이 인간들은 그 때마다, 그리고 정식으로 검사했을 때도 스트레스성 위경련이라고 진단했던 거다. (이 말을 들은 서울삼성 류 모 의대생과 정 모 레지던트는 "스트레스성 위경련이란 게 어딨어? 위장장애라면 몰라도 위경련이면 벌써 암 3기인데!" 라고 했음. 그때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어야 하는데.... 결과적으로 마산의 종합병원 수준이란 이 모양이란 것이다.)
사실, 그래서 3월 초 즈음하여 "서울삼성에 R군도 실습 뛰고 있고 하니 한번 트랜스퍼를 해서 서울 모시고 오면 제대로 진료를 해봅시다, 삼성의 힘을 믿으세요...." 하고 우리들끼리 얘기가 오가는 와중이었다. 저번주에도 좀 편찮으셨기에 그렇게 스케줄을 잡는 중이었고, 나는 내 수험으로 정신이 없어서 1~2주 미루어 뒀던 것이다. 그런데 마침 외사촌 형(마침 의대 교수)이 어머니 아프다는 얘기를 듣고서는 펄쩍 뛰었다고 한다. 냉큼 동아대 병원 오시라고... 자기가 동료랑 같이 봐드리겠다고. 그리해서 모시고 갔더니, 저런 결과가 나온 거다. 다행히 어제는 퇴원한다고 짐싸는 중이시래니까, 췌장에 염증은 치료 다 끝나고 담석은 당장 급하진 않고 차차 치료하면 된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제 나는 참 어이없음과 일말의 한숨과 안도, 그리고 자괴감 등이 한꺼번에 몰려와서 참 괴로웠다. 마나™군(그는 올해 PSAT: 행시1차 통과가 확실시된다. 저놈도 이제 신림동 인생... 웰컴 투더 헬, 버디...)이 식사나 같이 하자고 안 했으면 아마 미쳐버렸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한숨 돌린 덕분에 도와주신 외가 식구분들께도 감사전화 드리고, 컨퍼런스를 좀 듣고 할 수 있었다. 솔직히 시험 보고 와서 액시던트를 2연타로 맞으니까 사람이 제정신이 아니더라고.)
내가 서울에서 시험준비하네 어쩌네 하면서 나이 스물여덟에 돈 한땍가리도 못 버는 사이에 집안 기둥뿌리가 썩어가고 있었던 거다. 정말 수험을 계속해야 하나, 당장 사회로 뛰어들어서 집에다가 월급봉투 갖다드려야 하는 것 아닌가, 요즘 취업도 어려워서 난리인데.... 그 생각이 지금도 솔직히 머릿속을 떠나지가 않는다. 학교도 아직 졸업 못 하고 한 학기 남았는데, 등록금은 어디 가서 구하지? 스튜던트 론이란 게 한국에도 있나? 정부학자금은 성적순인가? 역시 4.0은 받아뒀어야 했나? 사법시험 합격하면 당장 2천만원짜리 마이너스 통장이 은행에서 나온다는데.... 늙은 모친은 "내가 교직이 삼십년인데 너 대학은 끝내줄 수 있다" 라고 입버릇처럼 얘기를 하시지만 솔직히 낼모레 서른을 바라보는 (사지육신 멀쩡... 하지는 않구나, 어쨌든...) 아들네미 하나 있는 게 지금 아직도 우화등선을 못하고 있으니 답답타.
사법시험 시험장 들어가 보면 좌석배치표가 붙어 있고, 컬러 사진과 주민등록번호가 새겨져 있다. 쉬는 시간에 주민번호 앞자리들을 쭉 살펴보고 있자니 참 다양했다. 웃기게도 나는 중간 혹은 그보다 좀 어린 축이었다. 여자들 같은 경우는 87년생 여자애들도 몇 명 보였지만-_-; 78, 79 이런 사람들도 많았다. 심지어 남자들 중에서는 74, 69, 66년생 같은 사람들도 보인다. 이런 사람들은 척 보기에도 몰골이 장수생이다. 개중에는 중압감에 아예 시험 당일에 포기하고 도망가는 사람들도 있다는데, 그 심정이 이해는 갔다. 어제는 고사장에 서른 명 중 다섯 명이 오지 않았다. 나는 그걸 보고 내가 그렇게 사회에 부적응하고 도망칠까봐 무서웠지만, 한편으로는 집에 돌아와서 내가 그렇게 도망하고 당장 사회로 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 헌법에서는 시의적절하게도 통치구조론의 대통령 관련, 심지어 당선인 문제도 나왔다. 요즘 시국으로 봐서 분명 출제되리라 생각했는데 아니나다를까. 반면에 민법에서는 생각보다 상속법이 많이 출제되어 솔직히 당황한 감이 없잖았고... (난 산수계산 못한다고! 버럭) 왜 인간들이 '민법은 과락이나 면하자' 작전으로 가는지 알 것 같았다.
- 형법은 시간이 꽤 빠듯하다고 느꼈는데 내가 어려우면 남들도 어려운 모양이다. 서울고 시험장에서 몇 명인가가 마치는 종소리 울린 후에도 마킹 계속하다 부정행위 간주로 0점처리되어버렸다는 얘기를 그 고사실에 있던 친구로부터 들었다. 살벌하구만-_-; (솔직히 나도 아슬아슬했다. 37, 40 두 문제 마킹하는 순간 종이 울렸다.)
- 선택과목은 노동법. 잔뜩 긴장하고 갔는데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쉽게 술술 풀려서 스스로도 놀랐다. 모의고사에선 꽤 고전했고 공부량도 많지 않았는데... 학과수업 열심히 들은 펀더멘털이 빛을 발한 듯싶다.
어쨌든 결과는 묻지마세요 어차피 올해는 안돼요- 랄까(......) 하지만 모든 것이 적어도 내 영역에선 생각대로 굴러가고 있다. 내년에는 계획대로만 된다면 1차는 붙을 것 같은 예감.
하지만 돌발변수는 오히려 공부 외적인 것에서 튀어나온다... 랄까, 어젯밤에 수험을 그만두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을 하게 되었다.
실은 며칠 전 어머니께서 23일에 절에 기도하러 들어간다고 집으로 안부전화 하지 말고 폰으로 해라, 라고 하시길래 난 또 진짜 그런갑다 싶었다. 듣고보면 그럴듯하니까.... 그러나 어제 시험장을 나오면서 1번 단축 다이얼을 눌렀을 때 나는 얼척없는 소리를 들었다. 어머니께서 그 날부터 집을 떠나 어디를 가기는 가셨는데, 절이나 기도원이 아니라 부산 모 대학병원이었던 것이다. 즉 입원하시면서 수험생인 내가 신경쓸까봐 외가 식구들이 전부 입을 맞춘 거였다. 입원의 원인은, 급성 췌장염에 담석이었다.
예전부터 계속 속이 아프다고 하신데다가, 가까이 사는 이모님이 냉면집 문 닫고 응급실도 몇 번 모시고 가셨다는데, 마산 무학병원 이 인간들은 그 때마다, 그리고 정식으로 검사했을 때도 스트레스성 위경련이라고 진단했던 거다. (이 말을 들은 서울삼성 류 모 의대생과 정 모 레지던트는 "스트레스성 위경련이란 게 어딨어? 위장장애라면 몰라도 위경련이면 벌써 암 3기인데!" 라고 했음. 그때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어야 하는데.... 결과적으로 마산의 종합병원 수준이란 이 모양이란 것이다.)
사실, 그래서 3월 초 즈음하여 "서울삼성에 R군도 실습 뛰고 있고 하니 한번 트랜스퍼를 해서 서울 모시고 오면 제대로 진료를 해봅시다, 삼성의 힘을 믿으세요...." 하고 우리들끼리 얘기가 오가는 와중이었다. 저번주에도 좀 편찮으셨기에 그렇게 스케줄을 잡는 중이었고, 나는 내 수험으로 정신이 없어서 1~2주 미루어 뒀던 것이다. 그런데 마침 외사촌 형(마침 의대 교수)이 어머니 아프다는 얘기를 듣고서는 펄쩍 뛰었다고 한다. 냉큼 동아대 병원 오시라고... 자기가 동료랑 같이 봐드리겠다고. 그리해서 모시고 갔더니, 저런 결과가 나온 거다. 다행히 어제는 퇴원한다고 짐싸는 중이시래니까, 췌장에 염증은 치료 다 끝나고 담석은 당장 급하진 않고 차차 치료하면 된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제 나는 참 어이없음과 일말의 한숨과 안도, 그리고 자괴감 등이 한꺼번에 몰려와서 참 괴로웠다. 마나™군(그는 올해 PSAT: 행시1차 통과가 확실시된다. 저놈도 이제 신림동 인생... 웰컴 투더 헬, 버디...)이 식사나 같이 하자고 안 했으면 아마 미쳐버렸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한숨 돌린 덕분에 도와주신 외가 식구분들께도 감사전화 드리고, 컨퍼런스를 좀 듣고 할 수 있었다. 솔직히 시험 보고 와서 액시던트를 2연타로 맞으니까 사람이 제정신이 아니더라고.)
내가 서울에서 시험준비하네 어쩌네 하면서 나이 스물여덟에 돈 한땍가리도 못 버는 사이에 집안 기둥뿌리가 썩어가고 있었던 거다. 정말 수험을 계속해야 하나, 당장 사회로 뛰어들어서 집에다가 월급봉투 갖다드려야 하는 것 아닌가, 요즘 취업도 어려워서 난리인데.... 그 생각이 지금도 솔직히 머릿속을 떠나지가 않는다. 학교도 아직 졸업 못 하고 한 학기 남았는데, 등록금은 어디 가서 구하지? 스튜던트 론이란 게 한국에도 있나? 정부학자금은 성적순인가? 역시 4.0은 받아뒀어야 했나? 사법시험 합격하면 당장 2천만원짜리 마이너스 통장이 은행에서 나온다는데.... 늙은 모친은 "내가 교직이 삼십년인데 너 대학은 끝내줄 수 있다" 라고 입버릇처럼 얘기를 하시지만 솔직히 낼모레 서른을 바라보는 (사지육신 멀쩡... 하지는 않구나, 어쨌든...) 아들네미 하나 있는 게 지금 아직도 우화등선을 못하고 있으니 답답타.
사법시험 시험장 들어가 보면 좌석배치표가 붙어 있고, 컬러 사진과 주민등록번호가 새겨져 있다. 쉬는 시간에 주민번호 앞자리들을 쭉 살펴보고 있자니 참 다양했다. 웃기게도 나는 중간 혹은 그보다 좀 어린 축이었다. 여자들 같은 경우는 87년생 여자애들도 몇 명 보였지만-_-; 78, 79 이런 사람들도 많았다. 심지어 남자들 중에서는 74, 69, 66년생 같은 사람들도 보인다. 이런 사람들은 척 보기에도 몰골이 장수생이다. 개중에는 중압감에 아예 시험 당일에 포기하고 도망가는 사람들도 있다는데, 그 심정이 이해는 갔다. 어제는 고사장에 서른 명 중 다섯 명이 오지 않았다. 나는 그걸 보고 내가 그렇게 사회에 부적응하고 도망칠까봐 무서웠지만, 한편으로는 집에 돌아와서 내가 그렇게 도망하고 당장 사회로 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 by | 2008/02/28 08:32 | 단상 | 트랙백 | 덧글(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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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을 목표로 하신 것은 차분히 목표를 따라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어머님의 병환도 빨리 완쾌되어 예전의 막강하신 모습을 찾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나이 들면 하나 둘 고장나게 마련이니 새삼 달리 말할 건 없지만, 그래도 그만하기 다행입니다.
세상 좋아져서 평소에 주의하고 병원 일찍 찾으면 애 먹이는 병 별로 없으니까 너무 무서워하지는 마세요.
씩씩한 장부 어머니, 금세 털고 일어나시리라 믿습니다.
너도 힘내고...
그래도 어머니 나아지셔서 다행이다...시험인줄 알았음 응원문자라도 보낼걸, 날짜를 몰랐네..답답하겠지만, 힘내. 앞으로 더 잘되길 기도할께. 잘 될거야~
저도 바로 취직한 이유가... 아버지 명퇴 때문이지만.....
해보고 싶은건 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돈은 나중에 벌어도 됩니다...
그래야 살면서 후회가 없어. 뭘 택해도 후회는 남기 마련이지만 그렇다면 조금이라도 더 적어지는 길을 택해야지.
저도 뭐 집에 돈이 없어서 제가 벌고 있지만 ㅋ
하고싶은거 한번 도전해 보는게 좋은거 같아요.
시간은 흘러가고 언제 기회가 또 올지 모르니...
그리고 어머님이 쾌차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이미 말했지만 췌장염하고 담석이면 쉽게 고칠 수 있는거니깐 너무 걱정하지 말고.
시험은, 일단 예정대로 풀리셔서 다행이네요. 어머님께서 쾌차하시길 빕니다.
힘내라 스칼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