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서녘으로 해가 기울고, 붉은 햇살이 마천루 위에 걸리면



용산역 '달' 주차장 비상계단에서 바라본 풍경도 서서히 노을빛으로 물든다.



셔터스피드가 길어지기 시작하는 시간, 신호장의 불빛이 어둠에 스미고
완행선로로 진입하는 인천행 전철의 헤드라이트는 별빛으로 물들어 길게 꼬리를 스친다.



태양은 자신의 빛 중 가장 강렬한 색만을 고이 간직하고 있다가
하루에 단 한 번, 바로 이 순간만 가장 인상적인 빛깔의 노을로 펼쳐낸다.
그것은 내일도 태양은 다시 떠오를 것이라는, 자연이 나에게 주는 약속의 빛이다.



'찰나'라는 말처럼, 마법의 빛이 펼쳐지는 순간은 그렇게 길지 않다.
잠시 하늘빛에 취해 있다 보면 어느 새 하늘은 제 스스로 어둠에 바림해간다.



도시의 거리 위로 하나 둘 인공의 달이 뜨면



검푸르게 물드는 밤의 초입이 빛이 아쉬워, 나는 셔터 스위치를 길게 열었다.
하지만 셔터를 닫는 마지막 순간에 흔들려버린 풍경은, 더욱 아쉬움으로 남았다.



도시의 밤하늘은 사라진 별들이 거리의 창가에 내려 빛난다.





태양은 다시 떠오르기에, 우리는 어둠을 두려워하지 않고 저물어가는 빛의 향연을 즐길 수 있다.
마치 자만과 위선의 시대, 그 어떤 암흑 속에도 반드시 아직까지 찾지 못했던 길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듯....




촬영지 : 용산역(CGV용산 비상계단, 달 주차장), 한강대교

Yashica Electro35 GS, Yashinon Color-DX F1.7-45mm,
F1.7/2.8/11/16, 1/125sec.B.1/60.1/30, etc. AUTO.
Kodak Portra 160vc, ISO160.200.400


shoujyo_track07_daylife.mp3
이글루스 가든 - 이뉴이트의 사진동아리

by 스칼렛 | 2007/06/17 00:45 | 스케치 | 트랙백 | 덧글(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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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랜디 at 2007/06/17 00:54
아까 인화물로 먼저 봤었죠. 사진 좋아지고 있습니다.
Commented by D-cat at 2007/06/17 00:54
`개인적으로는 세번째가 좋아요
Commented by 三慶 at 2007/06/17 00:55
사진들 멋지네요... 노래도 좋고. 철로... 분위기 쥑이네요
Commented by 리어 at 2007/06/17 01:30
1,3 번 그리고 마지막이 마음에 듭니다.
Commented at 2007/06/17 01:4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Argentium at 2007/06/17 02:20
마지막 사진에서 왠지 조용필의 꿈이 떠올랐습니다.
차선을 따라 늘어선 차들로부터 어디론가로 향하는 목적과 갈곳잃은 방황이 떠오릅니다.
어쩐지 뭉크의 절규가 생각나는 구도네요. ^^
Commented by AKI at 2007/06/17 03:19
네번째와 같은 복잡한 선로 사진을 보면, 일종의 수학적인 모델이 생각나게 되는데,
정말 좋아합니다.
언젠가 저런 복잡한 모델을 구현하는 날이 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만큼요.
Commented by 스칼렛 at 2007/06/17 08:17
랜디// 집에 끼적끼적 가는데 충무로에서 딱 마주칠줄은 몰랐습니다(....) 충일카메라는 나중에 한번 찾아가볼께요. 어차피 카메라 오버홀 한번 해야 하니깐.
D-cat// 한개 더 추가해서 네번째 사진이 되었죠?(므엉) 저도 맘에 들어서 원본사이즈를 배경화면에 깔아놓고 있어요. :D
三慶// 감사합니다. :) 저 때 빛이 예뻐서 막 신들린 듯 셔터 누르고 주차장에서 뛰어다니며 쌩쇼를 했는데 그 보람이 있는 듯.
리어// 위에도 썼지만 4번이 됐죠.(....) 용산역 주차장 난간에서 조리개 최대개방하고 난간에 카메라 의탁하고 셔터 열어서 찍은 사진...
비공개// 땡큐. 근데 니는 항상 왜 비공개냐? (....)
Argentium// 음... 조금 S라인이긴 하죠(....) 저 낙조를 한 번 얻어보려고 시행착오 되게 많이 했습니다. 사실 지금도 노리고 찍으라면 자신없어요.
AKI// 언젠가 보았던 유럽쪽 사진작가의 작품 중에, 해질녘 태양빛의 정반사를 이용해서 조차장의 레일만 극단적으로 표현한 작품이 있었죠. 사실 조차장 구조 같은 건 철도동호회만 돌아다녀도 금방 얻을 수 있는 정보입니다만, 그냥 기차 타고 다니는 분들과 달리 열차 짜맞추는 분들 고충은 정말...; (구로역 같은 경우 진짜 장난아니죠)
Commented by 기형z at 2007/06/17 12:38
요즘 노을이 참 예쁜건지.. 지난번에 새벽 5시쯤에 우연히 밖에 하늘을 보니 세상이 온통 빨갛더라구요..
참.. 묘한 느낌이 든달까..
Commented by 카린 at 2007/06/17 16:23
사진 잘 봤습니다.
용산역에 복잡한 선로가 뭔가 느낌이 오긴 하는데, 뭔지는 모르겠네요 ^^;;
Commented by oldman at 2007/06/17 18:50
저는 노을사진이 참 좋더군요.
그 빛깔을 보아하면 자연이란 정말 아름다운 존재라는 것을 꺠닫곤 합니다.
마지막 사진도 참 좋습니다. 하루의 마무리를 보여주는 사진이라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yukineko at 2007/06/17 20:52
언제나 스칼렛 님의 사진에 감탄하지만 오늘 역시 다시금 감탄이 몰려오는군요.
특히 첫번째 사진과 중간 붉은 노을, 구도와 색감 너무너무 멋집니다~!!!
수전증인 저 로서는 삼각대 없이는 꿈도 못꿀 아름다운 사진이에요~~;ㅁ;)b
Commented at 2007/06/18 01:1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sunny at 2007/06/18 10:26
악...
음악을 듣는데 왜 눈물이 고이는 걸까요?
Commented by 스칼렛 at 2007/06/18 16:43
기형z// 요 일주일 사이에 아침, 저녁빛이 매우 좋았습니다. 정말 아까울 정도로요.... 곧 장마철이 오면 한동안은 못 보겠죠.
카린// 감사합니다. :)
oldman// 하루를 마감하는 빛깔은 정말 아름답죠....
yukineko// 저도 난간에 기대서 (소위 의탁자세로) 찍었던거에요... 흔들린거 잔뜩. 흑흑.
비공개// ~_~
sunny// 이 음악, 극장에서 들으면서 저도 가슴 속에 뭔가 아려오는 게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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