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6월 17일
노을


서녘으로 해가 기울고, 붉은 햇살이 마천루 위에 걸리면

용산역 '달' 주차장 비상계단에서 바라본 풍경도 서서히 노을빛으로 물든다.

셔터스피드가 길어지기 시작하는 시간, 신호장의 불빛이 어둠에 스미고
완행선로로 진입하는 인천행 전철의 헤드라이트는 별빛으로 물들어 길게 꼬리를 스친다.

태양은 자신의 빛 중 가장 강렬한 색만을 고이 간직하고 있다가
하루에 단 한 번, 바로 이 순간만 가장 인상적인 빛깔의 노을로 펼쳐낸다.
그것은 내일도 태양은 다시 떠오를 것이라는, 자연이 나에게 주는 약속의 빛이다.

'찰나'라는 말처럼, 마법의 빛이 펼쳐지는 순간은 그렇게 길지 않다.
잠시 하늘빛에 취해 있다 보면 어느 새 하늘은 제 스스로 어둠에 바림해간다.

도시의 거리 위로 하나 둘 인공의 달이 뜨면

검푸르게 물드는 밤의 초입이 빛이 아쉬워, 나는 셔터 스위치를 길게 열었다.
하지만 셔터를 닫는 마지막 순간에 흔들려버린 풍경은, 더욱 아쉬움으로 남았다.

도시의 밤하늘은 사라진 별들이 거리의 창가에 내려 빛난다.


태양은 다시 떠오르기에, 우리는 어둠을 두려워하지 않고 저물어가는 빛의 향연을 즐길 수 있다.
마치 자만과 위선의 시대, 그 어떤 암흑 속에도 반드시 아직까지 찾지 못했던 길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듯....
shoujyo_track07_daylife.mp3
이글루스 가든 - 이뉴이트의 사진동아리
# by | 2007/06/17 00:45 | 스케치 | 트랙백 | 덧글(15)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차선을 따라 늘어선 차들로부터 어디론가로 향하는 목적과 갈곳잃은 방황이 떠오릅니다.
어쩐지 뭉크의 절규가 생각나는 구도네요. ^^
정말 좋아합니다.
언젠가 저런 복잡한 모델을 구현하는 날이 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만큼요.
D-cat// 한개 더 추가해서 네번째 사진이 되었죠?(므엉) 저도 맘에 들어서 원본사이즈를 배경화면에 깔아놓고 있어요. :D
三慶// 감사합니다. :) 저 때 빛이 예뻐서 막 신들린 듯 셔터 누르고 주차장에서 뛰어다니며 쌩쇼를 했는데 그 보람이 있는 듯.
리어// 위에도 썼지만 4번이 됐죠.(....) 용산역 주차장 난간에서 조리개 최대개방하고 난간에 카메라 의탁하고 셔터 열어서 찍은 사진...
비공개// 땡큐. 근데 니는 항상 왜 비공개냐? (....)
Argentium// 음... 조금 S라인이긴 하죠(....) 저 낙조를 한 번 얻어보려고 시행착오 되게 많이 했습니다. 사실 지금도 노리고 찍으라면 자신없어요.
AKI// 언젠가 보았던 유럽쪽 사진작가의 작품 중에, 해질녘 태양빛의 정반사를 이용해서 조차장의 레일만 극단적으로 표현한 작품이 있었죠. 사실 조차장 구조 같은 건 철도동호회만 돌아다녀도 금방 얻을 수 있는 정보입니다만, 그냥 기차 타고 다니는 분들과 달리 열차 짜맞추는 분들 고충은 정말...; (구로역 같은 경우 진짜 장난아니죠)
참.. 묘한 느낌이 든달까..
용산역에 복잡한 선로가 뭔가 느낌이 오긴 하는데, 뭔지는 모르겠네요 ^^;;
그 빛깔을 보아하면 자연이란 정말 아름다운 존재라는 것을 꺠닫곤 합니다.
마지막 사진도 참 좋습니다. 하루의 마무리를 보여주는 사진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첫번째 사진과 중간 붉은 노을, 구도와 색감 너무너무 멋집니다~!!!
수전증인 저 로서는 삼각대 없이는 꿈도 못꿀 아름다운 사진이에요~~;ㅁ;)b
음악을 듣는데 왜 눈물이 고이는 걸까요?
카린// 감사합니다. :)
oldman// 하루를 마감하는 빛깔은 정말 아름답죠....
yukineko// 저도 난간에 기대서 (소위 의탁자세로) 찍었던거에요... 흔들린거 잔뜩. 흑흑.
비공개// ~_~
sunny// 이 음악, 극장에서 들으면서 저도 가슴 속에 뭔가 아려오는 게 있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