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6월 16일
시간을 달리는 소녀.

'디지몬 어드벤쳐'와 '원피스' 극장판으로 이름이 알려져 있는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작품입니다. 작년에 일본아카데미에서 수상한 경력이 있어서 그런지, 방학시즌이 좀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정식 개봉을 좀 일찍 했군요. 아마도 틈새 시즌을 잡은 후 방학 시작까지 롱런하겠다는 의도일지도? 만약 그렇다면 배급사가 참 대단한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 또한 오늘 영화를 보고 온 나도 그 자신감에 동의. 요컨대, 재미있다는 얘깁니다.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혼자 궁상맞게 보러 감. 한강대교에서 버스가 밀린데다가 요즘 발동한 찍사본능 때문에 용산역 앞에서 카메라 들고 설치다 보니, 앞부분을 좀 놓치고 봤는데.... (거의 정시에 들어간 것 같지만, 자리에 앉아서 꾸무적대는 시간이 있으니). 이럴 때 간단한 일본어가 어느 정도 들린다는 게 얼마나 축복인지! 그래서 화면은 앞에 몇 마디 놓치고 캐치볼 중간 장면부터 눈을 들어 봤습니다. 처음에 딱 든 생각은 그, '이거, <에반게리온>의 사다모토 요시유키가 캐릭터 디자인을 했나?(....) 아니면 가이낙스 원안을 지브리에서 만들면 이렇겠네.' - 아니나다를까, 스탭롤 올라갈 때 딱 박혀있는 가이낙스(......)
일본 현지에서는 지브리의 게드전기와 동시개봉해서 내용면으로 이쪽이 더 호평을 받았습니다만, 자세히 보면 이 작품에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향이 몇 개 보입니다.(오마쥬려나?) 특히 우는 장면에서 눈물 떨어지는 건 왠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나왔던 과장법의 영향이 느껴집니다. 웃는 장면 중에 고개 넘어젖히고 깔깔거리며 입에 디스토션 잔뜩 주는 것도 미야자키의 오마쥬인줄 알았는데, 생각해보니 원피스 극장판에서 꽤 나왔으니 그거는 좀 오바 해석같고. (어쨌든 이와 별개로 미야자키가 신나게 달리는 씬이랑 웃는 씬은 끝내주게 유쾌하게 표현하죠.)
미장센은 신카이 마코토와는 또 다른 의미로 참 억소리납니다. 이건 극장판이다 수준을 넘어서 아예 바스트샷이나 전경샷을 남발을 하다가 인물이 아예 배경에 녹아들게끔 그립니다. 어느 정도냐면, 워낙 배경이 깊게 처리되다 보니 인물이 최하 허리까지 항상 나오고, 중간에 전개부분에서 겨우 클로즈업이 좀 보일 정도에요. 또한 그늘에 있는 인물의 경우에는 주인공 - 주된 피사체임에도 불구하고 명암이 좀 어둡게 처리되어서 아날로그 스크린에서 보면 좀 안보인다 싶을 정도입니다;; 전 그래서 이게 작화가 떴나.... 싶었는데, 우와, 이게 계획된 미장센이었다니! (중간에 위기-절정으로 넘어가는 장면을 보시면 제 말이 이해가 가실 겁니다.) 어쩌면 제가 확대해석을 하고 있고 진짜로 작화가 망가진 건지도 모르겠지만 - 설마 그럴리가. MADHOUSE + DR MOVIE 콤비인디 - 여튼 그 극적 효과는 정말 굉장합니다.
단지... 연출면에서 성우를 혹사시킨다는 좀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간에 엉엉 우는 씬이 있는데, 보면서 '우와 연기 잘 한다. 얘 진짜 마이크 앞에서 울고 있는 거가?'란 생각이 들 정도로 우는 건 센과치히로 더빙판에서 최덕희님 연기 이후로 정말 처음이었거든요. 그리고... 클라이막스 넘어가기 직전의 숨소리 씬.... 그거 거의 1분 가까이 헐떡거리는 소리만 지속되던데.... 이거 아주 제대로 관객에게 리비도 코드 먹이는거 아냐?-_-;;; 싶을 정도였음.;;;; (아니면 감독이 성우 펫치든가.)
소리 하니까 한 마디 더 써야할 게 있는데, 이 작품은 무엇보다도 OST가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귀를 기울이면' 이후로 정말 이렇게 심장에 직격 날리는 제 취향의 피아노 소곡들은 처음 들어봅니다. 좀 전형적인 일본 뉴에이지스럽다 싶은 코드구성 - I도화음과 IV도화음의 결합 남발 - 이 자주 나오긴 하지만 그게 듣기가 좋고 적당히 신비스러운 텐션을 주니까 말입니다. 이 글 다 쓰고 OST의 발매정보를 한 번 알아봐야겠습니다.
저는 일단 '이왕 보기로 작정했으면 극장판 애니메이션은 극장에 걸었을 때 보자' 주의라서 보고 왔습니다만, 이 영화도 꼭 극장가서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뭐 요즘 극장가에서 흥행하는 영화처럼 대단한 눈요기거리가 되는 액션씬 같은 건 없지만, 전형적인 타임슬립물의 공식인 인과율의 비틀림은 그 자체가 헐리우드 영화처럼 정석적인 인과율 타령이 아니라 상당히 맛깔스럽게 재포장되어 관객에게 전달됩니다. 주된 주제는 이 콘노 마코토라는 소녀가 이러한 해프닝을 겪으며 어떻게 성장해 가고, 자기 안에 싹튼 감정을 어떻게 알게 되는가 - 이러한 주제를, 관객들은 가슴 따뜻하게 맞아들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개그는 극장에서 여럿이 피식피식 웃으며 봐야 재밌잖아요. (.....) (아, 마코토 동생 하는 짓이 너무 귀여웠어. 쿨럭)
# by | 2007/06/16 02:12 | 뇌내세척 | 트랙백(1)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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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이런 미친 듯한 예매율을 봤나
...아니, 뭐 사실 미친 듯한...은 아니지만. CGV 상암과 강변의 5관은 인디상영관으로 보통은 거의 텅텅 빕니다.근데 조조랑 골든타임 꽉 찼어! 특히 강변은 토요일 표가 완전 전멸(...뭐 심야표는 남아있지만 그럼 집에 못 가잖아)!! 이런 일이 있나!!밤을 새버려서 조조로 영화나 보러가려고 생각했는데 일치감치 접어야 할 듯 싶습니다. 흑흑흑. 아, 시간을 달리는 소녀 이야기입니다.현재 용산까지 상영관이 확대되었고 확정은 아니지만 1주일......more
http://www.amazon.co.jp/%E6%99%82%E3%82%92%E3%81%8B%E3%81%91%E3%82%8B%E5%B0%91%E5%A5%B3-%E3%82%AA%E3%83%AA%E3%82%B8%E3%83%8A%E3%83%AB%E3%83%BB%E3%82%B5%E3%82%A6%E3%83%B3%E3%83%89%E3%83%88%E3%83%A9%E3%83%83%E3%82%AF-%E3%82%B5%E3%83%B3%E3%83%88%E3%83%A9/dp/B000FGG80K/ref=sr_1_8/250-5301149-6297857?ie=UTF8&s=music&qid=1181928794&sr=8-8 <-요놈은 일본판(...)
...츤츤츤 거리는게 orz
보러 가야 할텐데.
지조자// 음, 한국 언제 오시는 겁니까 (.......)
三慶// 저도 기대는 했지만, 그 이상이더군요. 단지 제 경우는 내용 외적인 요소도 많이 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주안점이 다를 수는 있습니다.
Kimme// 어... 솔직히 기억이... (어버버버)
D-cat// 정말 추천하고 싶은 애니메이션이죠! :D
카방글// -_-)/
Dataman// 안되면 손절매하고 튀고... 반응 좋으면 롱런 준비하고... 뭐 그런거 아닐까요? :)
地上光輝// 다른 게시판 돌아보니 역시나 다들 성우펫치라는 데에 동의하고 있어요(....)
산왕// 남들이 예스라고 할때 노라고 할 수 있는 대인배의 면모를 지니셨군요! (므엉)
개인적으로 최근에 본 영화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나저나 OST를 앉아서 차분히 듣고 싶었는데.. 나가는 사람들의 압박으로..;;;
그래서 좀 아쉽더군요..
끝까지 보다 보니 중간에 올라가는 DR MOVIE의 한국인 이름들 보면서 '역시 매드하우스의 충실한 파트너, 동랑동화!' 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적어도 매드 + 디알 콤비가 작품을 망친 사례는 정말로 드뭅니다.) 중간중간 스쳐가는 스틸컷을 보면서 영화 내용을 복기해보고.... :)
그런데 CGV 사이트를 보니 사실상 20일 상영종료로군요. 아무래도 20일까지 야간에라도 봐야 할 모양입니다. 그냥 칸노 요코 콘서트에 이어서 지를까나 orz
24일까지 연장되어 있군요. 에헤라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