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05월 15일
[NHK다큐 OST] 시키부(式部), 연가(漣歌):"다큐먼트 태평양전쟁"
관련글 : NHK 다큐멘터리 OST 잡담, NHK 다큐멘터리 음악 모음
- 이외에도 이 블로그에서 NHK라고 검색하시면, NHK나 BBC의 다큐멘터리 관련 감상이나 테마 음악에 대한 잡담성 포스트가 몇 개 기어나오지 싶습니다. 그러나 포스팅 안에 녹아있는 단편적 지식 외에 해당 작품에 대하여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는 정보는 썼던 적이 없었고, 저 자신도 안 되는 외국어 실력에 고생해가며 이런 정보들을 꽤나 어렵게 긁어모았기 때문에 한번 시리즈로 정리해 두는 것도 의미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의도의 연장선상에서, 우선 오늘은 "다큐먼트 태평양전쟁"의 음악부터 소개합니다.
"다큐먼트 태평양전쟁"의 테마음악은 '연가(漣歌)라는 제목으로 발매되었고 '시키부(式部)'라는 프로젝트 그룹이 담당했습니다. 꽤나 거물급 뮤지션인 듯합니다. 화면을 보면 오프닝/엔딩 타이틀에 이름을 따로 크게 올리고 있을 정도입니다. (최근 방영한 "신 실크로드" 또한 음악감독 요요마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정보는 국내는 물론 일본 현지의 웹에서도 찾기가 힘들었는데, 그 이유는 헤이안 시대에 나온 일본 최초의 소설 "겐지모노가타리"의 작가 이름이 "무라카미 시키부"이기 때문에 이쪽 정보만 잔뜩 기어나왔기 때문입니다.(....)
'시키부'는 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반까지 작곡가인 시노자키 마사쯔구와 오오시마 미치루에 의해 결성된 그룹이며 지금 소개하는 "다큐먼트 태평양전쟁"의 OST인 "연가" 외에도 "대영박물관" 등의 작품에서 활동했습니다. 이처럼 시키부의 작품은 모두 NHK의 프로그램 테마로 만들어진 것뿐, 시키부 독자적으로 기획된 작품은 없는 것 같습니다. 또 현재 각 멤버는 독자적으로 음악 활동을 펼치고 있으므로, 시키부는 사실상 해산 상태에 있거나 혹은 그 자체가 NHK의 프로젝트를 위해 일시적으로 결성되었된 그룹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오오시마 미치루라고 하면 뉴에이지 음악 아티스트로 잘 알려져 있고, 애니메이션 음악도 몇 개 맡았기 때문에 국내에도 팬이 은근히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OST라는 것이 단순한 삽입음악으로서의 기능만이 아니라 음반 그 자체로도 꽤 명반에 드는 작품입니다. NHK의 대형 프로젝트 치고 음악이 멋지지 않은 작품이 거의 없긴 합니다만.... 여담으로 제가 이 정보를 찾은 사이트(http://www5a.biglobe.ne.jp/~aworld/other/shikibu.htm)의 주인장은 시키부의 보컬을 담당하고 있는 '오오타나 시즈루'를, 「일본의 미리암 스타클리(주: adiemus의 보컬)」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한편 특집 다큐멘터리 "다큐먼트 태평양전쟁"은 NHK스페셜의 일환으로 제작되었지만, 이상하게도 NHK에서 운영하는 자사 프로그램 판매 사이트 뿐만 아니라 여타 일본측 사이트를 검색해 봐도 자세한 정보가 없습니다. 게다가 후대에 NHK가 아닌 다른 미디어 업체 쪽에서 "결정판 다큐먼트 태평양전쟁"이라는 특집 시리즈를 새로 내는 등, 뭔가 이 시리즈는 '잊어버리려 하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 아마 이 다큐멘터리의 CP(chief producer)겸 캐스터인 야마모토 하지메 씨가 작품 내에서 줄기차게 일본과 일본 사회에 대하여 반성을 촉구하는 뼈아픈 비판을 가했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싶은데... 하여간 뭔가 찜찜한 냄새가 납니다. 하지만 일단은 심증일 뿐이고 이에 대해서는 밑에서 다시 얘기해 보겠습니다.
1993년에 제작되었으니 지금으로부터 무려 15년 전입니다만 - 오프닝 화면을 가만 보면 인상적인 모습들이 보입니다. 예컨대 NHK의 로고가 현재의 동글동글한 서체(달걀모양 로고라고 해서 NHK가 꽤나 심혈을 기울인 CI입니다)가 아닌, 기존의 각진 모서리의 이탤릭 고딕체로 쓰이고 있다든가. (1991년 제작된 애니메이션 '나디아'에서 같은 모양의 CI가 사용되고 있죠.) 첫머리에 흘러가는 현대인의 일상적 모습을 나타낸 영상에서는 90년대초에 유행했던 "어깨뽕" 같은 게 보이기도 하고(.....), 1992년에 캄보디아 PKO(평화유지군 - 유엔 특유의 하늘색 베레모...)로 파견되었던 자위대의 당시 모습이 삽입되어 있기도 합니다. 이 당시만 해도 일본 내 일각에서는 일본의 군국주의 회귀 기도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았으니까요. 그 이후에 등장하는 조각상의 모습이 아마도 그런 이미지를 상징하는 것일 터인데, 저 동상은 나가사키 원폭 투하지점에 있는 것이라는군요.

이 시리즈의 CP였던 야마모토 하지메(山本 肇, 1940~)는 본 시리즈에서 당시 일본군부의 무능과 비합리적 광신을 여러 차례 비판하고 있습니다. 특히 과달카날 전투에서 당시 일본 군부 대본영의 무능함을 비판하는 부분은 "야, 이건 한국인이 봐도 너무 신랄한데"싶을 정도입니다. 과달카날에서 '작전의 신'이라 불리던 쯔지 마사노부는 비합리적이고 정신력에만 의존하는 작전, 즉 행군과 각개돌격만 고집해서 수천 명의 일본군을 미군 기관총의 제물로 바치고 말았죠.
(전략) ... 보시는 바와 같이, 검 하나로 미군의 기관총이나 자동소총의 십자포화 속으로 뛰어들었던 겁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일본 육군은 대부분이 러일전쟁 당시와 변함없는 무기와 전법으로 태평양전쟁에서 싸웠습니다. 도대체 왜 이 정도까지 시대착오에 빠졌던 걸까요?
아래 영상을 재생하면 흘러나오는 나레이션을 일단 그대로 옮겨 보죠. 원래 이 포스팅이 다큐멘터리 음악에 관련된 것이었다가 이렇게 삼천포로 빠지는 통에(.....) 음악만 남기고 편집하려 했습니다만, 일본 국영방송 프로듀서의 육성으로 듣는 냉철한 자기반성은 한국인인 우리들 입장에서도 보고 들을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클릭하시면 오프닝과 야마모토 CP의 나레이션, 엔딩 음악을 볼 수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48년 전, 여기 넓은 궁궐 앞 광장에는 일본의 패전을 알게 된 수많은 국민들이 모여 꿇어앉은 채 목놓아 울었습니다. 하지만 그 날은 동시에 국민들이 전쟁의 고통과 군의 압제하에서 해방된 날이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보신 것처럼 패전까지 반년간에 걸친 일본의 외교를 살펴보면, 당시의 일본이 군부를 중심으로 얼마나 정상적인 국제감각을 잃어버리고, 현실과는 거리가 먼 환상을 뒤쫓았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만든건 무엇보다 군부의 우월감과 에고이즘(이기주의)였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부수고 전쟁을 끝낸 게 소련의 참전과 원폭이라는 외압에 의한 것이며 강한 외압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체질은 지금도 변함없습니다.
전후 군의 지배에서 해방된 일본은 미국의 비호 아래서 오직 경제만을 발전시켜 경제대국이라 불리우게까지 되었습니다. 하지만, 동서간의 냉전구도가 끝나고 세계의 정치경제의 흐름이 크게 바뀌어 일본에서도 기대와 함께, 불만이나 압력도 강해지고 있습니다. 그 불만, 혹은 불신의 밑바탕에는 일본이 그 전쟁에서 범한 과오를 전후, 충분히 반성치 않고, 청산하지 않은 채 경제력만을 살찌워왔다... 라는 생각이 무의식중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이 아시아에 대해 태평양전쟁의 보상을 직접 적극적으로 해주려는 자세가 없다면, 앞으로도 아시아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얻으리란 보장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현재의 일본안에 과거와 닮은 대국 의식에 의한 우월감이나 에고이즘이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는 건 아닐까요?
이 시리즈를 하는 동안 저는 아시아 사람들로부터, 일본인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지 않는가- 라는 말을 몇 번이고 들었습니다. 전후, 50여 년이 지나 그러한 목소리에 일본 및 우리 일본인들은 어떻게 대답하고, 세계와의 공존을 물색해야 하는가... 그런 의문에 대해 대답할 시기가 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정도의 냉철한 자기반성을 국영방송(* NHK는 KBS처럼 공영적 성격을 띤 영조물법인체가 아니라 일본국 정부의 원조를 받는 공공단체입니다. 그래서 인터넷 도메인도 co.jp가 아닌 or.jp를 쓰고 있죠)에서 할 수 있다는 것은 높게 평가해야 할 일입니다. 하지만 얄궃게도 백전노장의 스페셜 프로듀서라고 불리던 야마모토 CP는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1994년 일선에서 물러나 'NHK 시즈오카총국'의 장으로 승진하게 되는데, 제가 좀 띰띰하게 쳐다보는 이유가 바로 이런 것에서 비롯합니다. 왜냐면 "일본의 거의 모든 샐러리맨의 좌천은 영전이라는 형태로 이루어진다"는 게 일본의 '회사 사회'의 정석이라면 정석이니까.... 게다가 굳이 이렇게 잘 만든 특집다큐멘터리 시리즈를 다른 민간 출판매체에서 "결정판 다큐먼트 태평양전쟁"이라고 연이어 리뉴얼해서 출시할 이유는 없지 않나 싶기 때문입니다. ('실크로드'는 방영 후 무려 26년이 지나서야 리뉴얼되었다는 사실을 상기해 봅니다.)
여담으로, 야마모토씨는 지금은 NHK를 퇴직하고 "그란쉽"이라는 곳의 관장입니다. 말하자면 아예 "역사를 바로 배우자"라고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처럼 보입니다. 아래에 인터넷에서 긁어온 어느 공공단체의 특강 알림문으로 여겨지는 글을 퍼왔습니다.
역사교과서를 읽어서 아는 것은 있지만, 단지, 알고 있을 뿐- 그러면 지식은 아무것도 의미가 없습니다. 스스로 발견해, 생각해 배우는 것. 이것은 매우 소중한 것은 아닐까요. 시간락조(矢間樂組)의 조장, 야마모토 하지메 조장은 NHK에서 보도를 업으로 삼아 온 분입니다. 그 야마모토 조장이 보도의 경험을 통해 전하는 것, 그것이 시간락조의 테마입니다.
이번 시간락조는 태평양전쟁을 테마로 활동해 갈 것입니다.「전쟁을 알자」- NHK스페셜「다큐먼트 태평양전쟁」을 시청하고, 그 해설을 야마모토 조장으로부터 직접 듣습니다. 일본의 전쟁이 과거의 유산이 되고 있는 지금, 전쟁은 비참한 것이라고 머리에서는 알고 있지만, 그럼 어떻게 비참한가? 구체적으로 대답할 수 있습니까?
현재와 미래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확실히 중요합니다. 그렇지만, 거기에 도착하기까지는 그 만큼의 과거가 있는 것을잊어서는 안됩니다. 현재의 한일, 중일관계를 보더라도 양국간의 역사가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지금'을 말하는 것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과거의 문제는 과거의 것”이라고 정리할 수 없습니다. 한번 더, 이 나라가 어떤 길을 걸어왔고, 지금 우리가 이 세계에서 살고 있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지 않겠습니까?
또, 시간락조에서는 야마모토 조장의 경험을 기본으로 한「야마모토류 문장 세미나」를 실시할 예정입니다. 문장의 기본은“알기 쉬움”에 있고, 보도의 세계에서 일을 해 온 야마모토 조장이 “알기 쉬운 문장”을 여러분에게 전합니다. 과거를 알고, 자신의 말이나 문장으로 미래로 연결해서 갈 수 있으면, 꽤 훌륭한 일이지요?
추가 정보:
NHK스페셜 공식 홈페이지 (http://www.nhk.or.jp/special)
일본 Wikipedia NHK스페셜 항목 - NHKスペシャル
NHK ドキュメント太平洋戦争(http://shuntachi.exblog.jp/3304116)
- 이외에도 이 블로그에서 NHK라고 검색하시면, NHK나 BBC의 다큐멘터리 관련 감상이나 테마 음악에 대한 잡담성 포스트가 몇 개 기어나오지 싶습니다. 그러나 포스팅 안에 녹아있는 단편적 지식 외에 해당 작품에 대하여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는 정보는 썼던 적이 없었고, 저 자신도 안 되는 외국어 실력에 고생해가며 이런 정보들을 꽤나 어렵게 긁어모았기 때문에 한번 시리즈로 정리해 두는 것도 의미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의도의 연장선상에서, 우선 오늘은 "다큐먼트 태평양전쟁"의 음악부터 소개합니다.
"다큐먼트 태평양전쟁"의 테마음악은 '연가(漣歌)라는 제목으로 발매되었고 '시키부(式部)'라는 프로젝트 그룹이 담당했습니다. 꽤나 거물급 뮤지션인 듯합니다. 화면을 보면 오프닝/엔딩 타이틀에 이름을 따로 크게 올리고 있을 정도입니다. (최근 방영한 "신 실크로드" 또한 음악감독 요요마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정보는 국내는 물론 일본 현지의 웹에서도 찾기가 힘들었는데, 그 이유는 헤이안 시대에 나온 일본 최초의 소설 "겐지모노가타리"의 작가 이름이 "무라카미 시키부"이기 때문에 이쪽 정보만 잔뜩 기어나왔기 때문입니다.(....)
'시키부'는 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반까지 작곡가인 시노자키 마사쯔구와 오오시마 미치루에 의해 결성된 그룹이며 지금 소개하는 "다큐먼트 태평양전쟁"의 OST인 "연가" 외에도 "대영박물관" 등의 작품에서 활동했습니다. 이처럼 시키부의 작품은 모두 NHK의 프로그램 테마로 만들어진 것뿐, 시키부 독자적으로 기획된 작품은 없는 것 같습니다. 또 현재 각 멤버는 독자적으로 음악 활동을 펼치고 있으므로, 시키부는 사실상 해산 상태에 있거나 혹은 그 자체가 NHK의 프로젝트를 위해 일시적으로 결성되었된 그룹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오오시마 미치루라고 하면 뉴에이지 음악 아티스트로 잘 알려져 있고, 애니메이션 음악도 몇 개 맡았기 때문에 국내에도 팬이 은근히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OST라는 것이 단순한 삽입음악으로서의 기능만이 아니라 음반 그 자체로도 꽤 명반에 드는 작품입니다. NHK의 대형 프로젝트 치고 음악이 멋지지 않은 작품이 거의 없긴 합니다만.... 여담으로 제가 이 정보를 찾은 사이트(http://www5a.biglobe.ne.jp/~aworld/other/shikibu.htm)의 주인장은 시키부의 보컬을 담당하고 있는 '오오타나 시즈루'를, 「일본의 미리암 스타클리(주: adiemus의 보컬)」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한편 특집 다큐멘터리 "다큐먼트 태평양전쟁"은 NHK스페셜의 일환으로 제작되었지만, 이상하게도 NHK에서 운영하는 자사 프로그램 판매 사이트 뿐만 아니라 여타 일본측 사이트를 검색해 봐도 자세한 정보가 없습니다. 게다가 후대에 NHK가 아닌 다른 미디어 업체 쪽에서 "결정판 다큐먼트 태평양전쟁"이라는 특집 시리즈를 새로 내는 등, 뭔가 이 시리즈는 '잊어버리려 하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 아마 이 다큐멘터리의 CP(chief producer)겸 캐스터인 야마모토 하지메 씨가 작품 내에서 줄기차게 일본과 일본 사회에 대하여 반성을 촉구하는 뼈아픈 비판을 가했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싶은데... 하여간 뭔가 찜찜한 냄새가 납니다. 하지만 일단은 심증일 뿐이고 이에 대해서는 밑에서 다시 얘기해 보겠습니다.
1993년에 제작되었으니 지금으로부터 무려 15년 전입니다만 - 오프닝 화면을 가만 보면 인상적인 모습들이 보입니다. 예컨대 NHK의 로고가 현재의 동글동글한 서체(달걀모양 로고라고 해서 NHK가 꽤나 심혈을 기울인 CI입니다)가 아닌, 기존의 각진 모서리의 이탤릭 고딕체로 쓰이고 있다든가. (1991년 제작된 애니메이션 '나디아'에서 같은 모양의 CI가 사용되고 있죠.) 첫머리에 흘러가는 현대인의 일상적 모습을 나타낸 영상에서는 90년대초에 유행했던 "어깨뽕" 같은 게 보이기도 하고(.....), 1992년에 캄보디아 PKO(평화유지군 - 유엔 특유의 하늘색 베레모...)로 파견되었던 자위대의 당시 모습이 삽입되어 있기도 합니다. 이 당시만 해도 일본 내 일각에서는 일본의 군국주의 회귀 기도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았으니까요. 그 이후에 등장하는 조각상의 모습이 아마도 그런 이미지를 상징하는 것일 터인데, 저 동상은 나가사키 원폭 투하지점에 있는 것이라는군요.

이 시리즈의 CP였던 야마모토 하지메(山本 肇, 1940~)는 본 시리즈에서 당시 일본군부의 무능과 비합리적 광신을 여러 차례 비판하고 있습니다. 특히 과달카날 전투에서 당시 일본 군부 대본영의 무능함을 비판하는 부분은 "야, 이건 한국인이 봐도 너무 신랄한데"싶을 정도입니다. 과달카날에서 '작전의 신'이라 불리던 쯔지 마사노부는 비합리적이고 정신력에만 의존하는 작전, 즉 행군과 각개돌격만 고집해서 수천 명의 일본군을 미군 기관총의 제물로 바치고 말았죠.
(전략) ... 보시는 바와 같이, 검 하나로 미군의 기관총이나 자동소총의 십자포화 속으로 뛰어들었던 겁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일본 육군은 대부분이 러일전쟁 당시와 변함없는 무기와 전법으로 태평양전쟁에서 싸웠습니다. 도대체 왜 이 정도까지 시대착오에 빠졌던 걸까요?
아래 영상을 재생하면 흘러나오는 나레이션을 일단 그대로 옮겨 보죠. 원래 이 포스팅이 다큐멘터리 음악에 관련된 것이었다가 이렇게 삼천포로 빠지는 통에(.....) 음악만 남기고 편집하려 했습니다만, 일본 국영방송 프로듀서의 육성으로 듣는 냉철한 자기반성은 한국인인 우리들 입장에서도 보고 들을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클릭하시면 오프닝과 야마모토 CP의 나레이션, 엔딩 음악을 볼 수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48년 전, 여기 넓은 궁궐 앞 광장에는 일본의 패전을 알게 된 수많은 국민들이 모여 꿇어앉은 채 목놓아 울었습니다. 하지만 그 날은 동시에 국민들이 전쟁의 고통과 군의 압제하에서 해방된 날이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보신 것처럼 패전까지 반년간에 걸친 일본의 외교를 살펴보면, 당시의 일본이 군부를 중심으로 얼마나 정상적인 국제감각을 잃어버리고, 현실과는 거리가 먼 환상을 뒤쫓았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만든건 무엇보다 군부의 우월감과 에고이즘(이기주의)였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부수고 전쟁을 끝낸 게 소련의 참전과 원폭이라는 외압에 의한 것이며 강한 외압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체질은 지금도 변함없습니다.
전후 군의 지배에서 해방된 일본은 미국의 비호 아래서 오직 경제만을 발전시켜 경제대국이라 불리우게까지 되었습니다. 하지만, 동서간의 냉전구도가 끝나고 세계의 정치경제의 흐름이 크게 바뀌어 일본에서도 기대와 함께, 불만이나 압력도 강해지고 있습니다. 그 불만, 혹은 불신의 밑바탕에는 일본이 그 전쟁에서 범한 과오를 전후, 충분히 반성치 않고, 청산하지 않은 채 경제력만을 살찌워왔다... 라는 생각이 무의식중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이 아시아에 대해 태평양전쟁의 보상을 직접 적극적으로 해주려는 자세가 없다면, 앞으로도 아시아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얻으리란 보장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현재의 일본안에 과거와 닮은 대국 의식에 의한 우월감이나 에고이즘이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는 건 아닐까요?
이 시리즈를 하는 동안 저는 아시아 사람들로부터, 일본인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지 않는가- 라는 말을 몇 번이고 들었습니다. 전후, 50여 년이 지나 그러한 목소리에 일본 및 우리 일본인들은 어떻게 대답하고, 세계와의 공존을 물색해야 하는가... 그런 의문에 대해 대답할 시기가 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정도의 냉철한 자기반성을 국영방송(* NHK는 KBS처럼 공영적 성격을 띤 영조물법인체가 아니라 일본국 정부의 원조를 받는 공공단체입니다. 그래서 인터넷 도메인도 co.jp가 아닌 or.jp를 쓰고 있죠)에서 할 수 있다는 것은 높게 평가해야 할 일입니다. 하지만 얄궃게도 백전노장의 스페셜 프로듀서라고 불리던 야마모토 CP는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1994년 일선에서 물러나 'NHK 시즈오카총국'의 장으로 승진하게 되는데, 제가 좀 띰띰하게 쳐다보는 이유가 바로 이런 것에서 비롯합니다. 왜냐면 "일본의 거의 모든 샐러리맨의 좌천은 영전이라는 형태로 이루어진다"는 게 일본의 '회사 사회'의 정석이라면 정석이니까.... 게다가 굳이 이렇게 잘 만든 특집다큐멘터리 시리즈를 다른 민간 출판매체에서 "결정판 다큐먼트 태평양전쟁"이라고 연이어 리뉴얼해서 출시할 이유는 없지 않나 싶기 때문입니다. ('실크로드'는 방영 후 무려 26년이 지나서야 리뉴얼되었다는 사실을 상기해 봅니다.)
여담으로, 야마모토씨는 지금은 NHK를 퇴직하고 "그란쉽"이라는 곳의 관장입니다. 말하자면 아예 "역사를 바로 배우자"라고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처럼 보입니다. 아래에 인터넷에서 긁어온 어느 공공단체의 특강 알림문으로 여겨지는 글을 퍼왔습니다.역사교과서를 읽어서 아는 것은 있지만, 단지, 알고 있을 뿐- 그러면 지식은 아무것도 의미가 없습니다. 스스로 발견해, 생각해 배우는 것. 이것은 매우 소중한 것은 아닐까요. 시간락조(矢間樂組)의 조장, 야마모토 하지메 조장은 NHK에서 보도를 업으로 삼아 온 분입니다. 그 야마모토 조장이 보도의 경험을 통해 전하는 것, 그것이 시간락조의 테마입니다.
이번 시간락조는 태평양전쟁을 테마로 활동해 갈 것입니다.「전쟁을 알자」- NHK스페셜「다큐먼트 태평양전쟁」을 시청하고, 그 해설을 야마모토 조장으로부터 직접 듣습니다. 일본의 전쟁이 과거의 유산이 되고 있는 지금, 전쟁은 비참한 것이라고 머리에서는 알고 있지만, 그럼 어떻게 비참한가? 구체적으로 대답할 수 있습니까?
현재와 미래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확실히 중요합니다. 그렇지만, 거기에 도착하기까지는 그 만큼의 과거가 있는 것을잊어서는 안됩니다. 현재의 한일, 중일관계를 보더라도 양국간의 역사가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지금'을 말하는 것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과거의 문제는 과거의 것”이라고 정리할 수 없습니다. 한번 더, 이 나라가 어떤 길을 걸어왔고, 지금 우리가 이 세계에서 살고 있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지 않겠습니까?
또, 시간락조에서는 야마모토 조장의 경험을 기본으로 한「야마모토류 문장 세미나」를 실시할 예정입니다. 문장의 기본은“알기 쉬움”에 있고, 보도의 세계에서 일을 해 온 야마모토 조장이 “알기 쉬운 문장”을 여러분에게 전합니다. 과거를 알고, 자신의 말이나 문장으로 미래로 연결해서 갈 수 있으면, 꽤 훌륭한 일이지요?
추가 정보:
NHK스페셜 공식 홈페이지 (http://www.nhk.or.jp/special)
일본 Wikipedia NHK스페셜 항목 - NHKスペシャル
NHK ドキュメント太平洋戦争(http://shuntachi.exblog.jp/3304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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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말이네 =ㅅ= 일본에도 양심있는 사람은 양심이 있구나![....] 항상 역사 교과서 왜곡에 대해서만 듣다가 이런 양심적인(!!) 프로그램도 있었다니 =ㅁ=
근데 OST얘기부터 하다가 갑작스레 다큐 얘기로 넘어가 뭔가 혼란스러웠다 =ㅁ=
일본이 저러니까 아직까지 나라가 굴러가는 거겠지....